"나도 한때, 축구선수를 꿈꾸던 작은 소년이었다" 5편

축구코치를 꿈꾸기 전 그저 공 하나에 인생을 걸던 소년이 성장하며 느낀것에 대해서 많은 축구선수를 꿈꾸는 유소년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에게 전합니다.
May 26, 2025
"나도 한때, 축구선수를 꿈꾸던 작은 소년이었다" 5편

다시 운동장으로, 지도자로 가는 길

선수 생활을 내려놓고 나서 한동안은 공허함과 방황의 시간이 이어졌다.

하루하루가 무의미하게 흘러갔고,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축구 없이 살아가는 삶이란 게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초등학교 시절 나를 가르쳐주셨던 은사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시간 괜찮으면, 아이들 좀 가르쳐보지 않겠니?”

사실 그 제안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이전에도 몇 번 제안은 있었지만, 늘 피했다.

그땐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지도자가 되면, 나처럼 부상에 좌절하고, 프로 문턱에서 무너지는 아이들을 또 만들게 될지도 몰라.’

그 시절 내 안엔 부정적인 감정뿐이었다. 세상이 불공평해 보였고, 축구는 상처였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씩 흐르며, 마음이 가라앉고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그리고 같은 은사님에게 다시 한 번 제안을 받았을 때, 나는 이번엔 다른 마음으로 그 전화를 받았다.

‘그래, 나처럼 되지 않게 지도하자.’ ‘내가 겪은 실수와 아픔을 아이들이 겪지 않게 하자.’

그리고 무엇보다, ‘일본에서 내가 배워온 축구’를 제대로 전해보자는 다짐이 섰다.

나는 곧 짐을 쌌고, 은사님이 계신 곳으로 내려갔다.

다시 운동장으로,
하지만 이번엔 선수가 아닌 '지도자'로서의 첫 발걸음이었다.

첫 수업, 그리고 진짜 지도자의 시작

처음 맡은 수업은 '취미반'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의욕이 넘쳤다.

나의 경험, 내가 일본에서 배워온 것들을 전부 아이들에게 쏟아붓고 싶었다.

하지만 은사님은 조용히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선수반을 맡을 수 없다. 취미반을 먼저 할 줄 알아야, 진짜 선수반도 맡을 수 있는 거다."

그때는 그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나는 선수였고, 고난도 전술과 기술을 가르치는 게 진짜 '지도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첫 수업에서 나는 바로 그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됐다.

공을 처음 만져보는 아이들, 축구보다 친구들과 노는 게 더 좋은 아이들.

내가 생각했던 '훈련'이 아니라, 그저 '축구를 통해 놀고 즐기는 시간'이 먼저였다.

처음엔 어색하고 답답했지만, 점점 아이들의 웃음과 동작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아이들이 축구를 좋아하게 되는 첫 경험, 그게 내 손에 달려 있구나.’

그 이후 나는 자세를 바꾸었다.

기술을 가르치기보다, 먼저 즐거움을 주자고.

지금 생각해보면, 은사님의 말씀은 정확했다.

축구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만든 다음에야, 기술과 전술도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걸.

그날 이후, 나는 진짜 '지도자'가 무엇인지 조금씩 배우기 시작했다.

함께 뛰며 함께 배우다 – 아이들과의 성장

취미반 수업을 시작한 지 몇 달이 지나자, 아이들과의 관계도 조금씩 단단해져 갔다.

처음엔 나조차 어색했던 아이들의 호흡과 시선이, 이제는 나를 향해 먼저 농담을 걸고, 웃으며 다가오는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축구를 가르치는 것 같았지만, 되려 내가 더 많이 배우고 있었다.

내 말 한마디가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내 표정 하나, 행동 하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그제야 알게 되었다.

공을 잘 차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아이가 축구를 얼마나 좋아하게 만드는가였고, 그 아이가 스스로를 믿게 만들어주는 일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뛰고, 땀 흘리고, 실패도 같이 겪으며 나는 지도자라는 존재가 단순히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체감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시간들은 나에게도 다시 축구를 사랑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경기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웃고, 넘어지면 일으켜주고, 혼날 때보다 칭찬할 때 더 잘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그들에게 ‘코치’ 그 이상의 존재가 되어가고 있었다.

지도자는 완성된 사람이라 믿었던 과거의 나는 사라졌다.

지금 나는 아이들과 함께 매일을 배우고 있다.

그리고 매일, 내가 다시 살아나는 기분이었다.

선수반 첫 수업, 본격적인 책임의 시작

추가로 나는 3, 4학년 선수반 아이들을 맡게 되었다.

이 아이들은 확실히 취미반과는 달랐다.

훈련장에 들어서는 눈빛부터가 진지했고, 훈련을 대하는 태도도 사뭇 달랐다.

기본기를 어느 정도 갖춘 상태의 아이들이었기에, 지도자의 역할은 단순한 기술 전달이 아닌 ‘방향을 잡아주는 것’에 가까웠다.

아이들마다 성향과 특성이 달랐고, 같은 연령대라고 해도 축구를 받아들이는 속도와 감각은 전혀 달랐다.

나는 일본에서 배운 훈련 방식과 피드백 방식을 바탕으로, 아이들의 움직임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기록했다.

패스 타이밍, 첫 터치, 볼 없이 움직이는 이해도 등, 단순히 ‘잘한다, 못한다’가 아닌 ‘왜 그렇게 했는가’에 집중하며 수업을 진행했다.

아이들도 점점 그 방식에 익숙해졌고, 훈련 후 대화 속에서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워가기 시작했다.

이제 내 역할은 단순히 기술을 전하는 선생님이 아니라, 그들이 ‘자기 축구’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가이드였다.

선수반 코치로서의 첫 시즌

3, 4학년 선수반을 맡으며 기본기와 태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던 그 무렵, 감독님의 제안으로 5, 6학년 선수반의 코치 역할을 맡게 되었다.

내게 주어진 역할은 단순히 훈련을 돕는 것이 아니었다. 감독님 밑에서 한 명 한 명 아이들을 세심히 관찰하고 케어하는 일, 기술뿐 아니라 멘탈, 생활 습관, 경기 전후의 감정까지 챙기는 일이었다.

처음엔 부담도 있었지만, 막상 아이들과 함께 훈련장을 오가며 매일을 보내다 보니 나는 선수 시절보다 더 뜨겁게 축구를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감독님은 내게 실전 경험을 맡기기 시작했다.

첫 주말리그. 나는 벤치에서 선수들을 이끌며 전술을 외치고, 하프타임에는 아이들 눈을 마주보며 조언을 전했다. 이기고 지는 걸 떠나, 그 순간 나는 다시 '현장'에서 숨 쉬고 있었다.

놀랍게도, 그 시즌 우리는 좋은 성적을 내기 시작했다.

금석배 3위, 주말리그 우승, 화랑대기 5·6학년 준우승,
왕중왕전 준우승, MBC 꿈나무리그 우승 등 굵직한 대회마다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아이들은 점점 성장했고, 나 역시 지도자로서의 감각을 체득해갔다.

모든 대회마다 조금씩 나아지는 아이들을 보며 나는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내가 이 아이들의 무릎이 되어주자.
내가 넘어진 그 자리에서,
이 아이들은 뛰게 만들자."

그때부터였다. 내 안에서 지도자라는 이름이 비로소 진짜 자리를 잡기 시작한 건.

다음 편에서는, “지도자의 꿈” 대해서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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