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한때, 축구선수를 꿈꾸던 작은 소년이었다" 7편
개인레슨, 아이에게 집중한다는 것의 의미
레슨센터를 준비하며 내가 가장 먼저 고민했던 것은, 바로 '개인레슨'의 본질이었다.
단순히 1:1로 기술을 가르친다고 해서 좋은 개인레슨은 아니었다.
진짜 개인레슨은, 아이 한 명을 진심으로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했다.
그 아이가 어떤 성향인지, 어떤 움직임에 강하고 약한지, 공을 찰 때 어디를 보고 있는지, 실수했을 때 어떤 표정을 짓는지까지.
내가 보는 건 '기술' 이전에 '사람'이었다.
집중력은 어떻게 유지되는지, 지시형 훈련보다 반응형 훈련에 더 몰입하는지, 성취감은 어떤 방식으로 느끼는지를 세심하게 파악했다.
그리고 그에 맞춰 훈련 방식도 달라졌다.
정해진 루틴보다는 아이에게 맞춰 조정하고, 훈련 후에는 대화를 통해 그날의 훈련을 함께 되짚었다.
아이들의 변화는 놀라웠다. 단순히 실력이 느는 것을 넘어서, '축구를 이해하는 자세'가 달라졌다.
이해하고 나면 자신감이 생기고, 자신감이 생기면 행동이 달라진다.
나는 그 흐름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고, 그때부터 개인레슨이 내게는 하나의 교육철학이 되기 시작했다.
한계를 느낀 지점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내가 직접 지도하면서 느끼는 한계점들도 분명히 존재했다.
눈으로 보고 관찰하는 것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내가 느끼는 속도, 아이가 실제로 움직인 속도, 정확하게 찼다고 느낀 공이 실제로 얼마나 정확했는지, 반응 시간이 얼마나 빨랐는지.
모든 게 감에 의존하고 있었고, 피드백 역시 정량적인 수치보다는 코치의 '경험'에 따라 달라졌다.
특히 레슨이 누적될수록, '지금 이 아이가 성장하고 있는가?'를 판단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훈련을 반복해도, 아이와 부모는 그 결과를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워했다.
그때부터였다.
'기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건.
데이터와 기술, 도입의 필요성
정확한 측정과 기록. 이 두 가지가 있으면 훈련은 전혀 다른 의미가 된다고 느꼈다.
슈팅 속도, 반응 시간, 볼 터치 위치, 이동 거리, 집중도. 이 모든 것이 수치로 표현된다면, 훈련은 더 정교해지고, 피드백은 더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느꼈다.
또한 기술은 아이들에게 동기부여가 되기도 했다.
숫자가 보여주는 성장, 직접 체험하는 영상 피드백, 그리고 본인이 기록을 넘어섰다는 성취감.
이는 지도자가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줄 수 없는 자극이었다.
그 순간부터 나는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기술과 데이터를 접목한 훈련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앞으로 내가 가야 할 방향이 아닐까?’
정말 필요한 데이터의 현장
프로 무대에 있을 때, 나는 GPS 트래킹, 심박 측정, 영상 분석, 움직임 속도 등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훈련받고 평가받는 환경에 있었다.
처음엔 그 수치들이 다소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것이 내 성장과 부상의 예방, 경기력 향상에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체감하게 됐다.
그러다 지도자로 돌아와 유소년 현장에 들어오면서, 나는 오히려 더 큰 공백을 느꼈다.
데이터가 정말 필요한 곳은, 프로가 아니라 유소년 현장이 아닐까?
프로 선수들은 이미 자신을 이해하고 관리할 수 있는 경험과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유소년 선수들은 그렇지 않았다. 지금 무엇이 부족한지, 어떤 능력이 향상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 변화인지조차 판단할 수 없었다.
지도자들 역시 감각과 경험에 의존한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고, 부모와 선수들은 구체적인 근거 없이 '느낌'에만 기대는 일이 다반사였다.
나는 그때 확신하게 되었다.
정량화된 데이터와 영상 피드백,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한 정확한 코칭과 동기부여 시스템이야말로, 유소년 축구에서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는 것을.
이 아이들이 더 나은 선택을 하게 만들고, 자신의 성장을 눈으로 확인하게 해주는 것.
그것이 내가 앞으로 만들어야 할 축구 환경의 핵심이라는 것을.
기술과 상상, 그리고 이상
그 무렵 나는 개인레슨과 팀 훈련 속에서 계속해서 한계를 체감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정확하게 측정하고 피드백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면,
아이들의 성장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없다는 현실 앞에서 막막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해외 시스템을 조사하던 내 눈에 깊게 들어온 두 가지 사례가 있었다.
하나는 독일 도르트문트의 실내 4면 훈련장 – Footbonaut,
또 하나는 바이에른 뮌헨의 Skills.lab 시스템이었다.
Footbonaut는 사방에서 자동으로 공이 발사되고,
선수는 그 공을 실시간으로 인식한 뒤 정확한 방향으로 되돌려야 하는 구조다.
단순한 터치 훈련이 아닌,
반응 속도, 판단력, 시야, 방향 전환 능력까지 동시에 테스트하는 시스템이었다.
Skills.lab은 이보다 더 정밀했다.
전면 타겟이 무작위로 점등되며, 선수는 그 타겟을 향해 정확한 패스 혹은 슈팅을 구사한다.
컨트롤, 킥 정확도, 집중력, 반복 속도까지 모두 데이터로 기록된다.
놀라웠던 건 이 시스템들이 단순한 훈련기구가 아니라,
실제로 유럽 유망주를 꾸준히 배출해내는 핵심 툴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축구는 감각의 스포츠지만,
유소년 단계에서는 감각 이전에 기준과 방향을 잡아주는 ‘측정 가능한 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이 시스템들은 명확히 증명하고 있었다.
그 영상을 본 이후, 내 안에는 분명한 그림이 생겨났다.
“만약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런 훈련 환경이 있다면 어떨까?”
“정확도, 반응, 속도, 집중력 = 모든 것이 측정이 가능하다면 얼마나 명확한 피드백을 줄 수 있을까?”
그건 더 이상 단순한 흥미가 아니었다.
내가 실제로 구현해보고 싶은, 한국 유소년 축구 현실에 꼭 필요한 모델이라는 확신이 생기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서는, “풋볼존의 시” 대해서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풋볼존 오픈 커뮤니티 참여 : https://open.kakao.com/o/glCghP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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